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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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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loves her 2013. 9. 30. 22:49

 

 

 

 

 

 

체대가 비록 풋고추만 하나 깡그라진 계집이 제법 맛이 맵다. 열여섯 살? 많아야 열아홉 살이지 하고 있자니까,

"스물한 살이에요"

<봉별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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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천포읍에 사는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순영은 회령읍에 사는 사람이라고 그런다. 내 그 인색한 원근법이 일사천리지세로 남북 이천오백 리라는 거리를 급조하여 나와 순영 사이에다 펴 놓는다. 순영의 얼굴에서 순간 원광이 사라졌다.

 

 

 

*

그 때문에 다른 물건이 죄다 바른 쪽으루 삐뚤어져 보이드래두 사랑하는 아내 얼굴이 똑바루만 보인다면 시각의 직능은 그만 아닌가ㅡ. 그러면 자연 그 블라디보스토크 동경 사이 남북 만 리 거리두 베제처럼 바싹 맞다가서구 말테니.

 

<환시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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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는 고양이를 안고 선로로 내려가 햇볕을 쬐었다. 마치 호수 바닥에 앉아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우리는 젊고, 갓 결혼했고, 햇볕은 공짜였다.

 

*

지금도 '가난'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삼각형의 가늘고 긴 땅을 떠올린다. 지금 그 집에는 대체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치즈 케이크 같은 모양을 한 나의 가난>,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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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 고양이를 사이드미러로 관찰하다가 신호가 바뀐 걸 놓쳐서 뒤차에게 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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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 답장 써야되는데', 생각만 하고 질질 끌다가 결국 의리가 없거나 인정이 없는 사람 혹은 몸이 안 좋은 것이 돼버린다. 당신은 그런 경험이 없는지? 나는 비교적 자주 그런다.

 

 

*

다시 젊어져서 인생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무서운 짓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정말로, 농담이 아니라.

 

<채소의 기분>, 무라카미 하루키

 

 

 

 

 

 

 

 

 

 

오늘 방을 해약했다. 마틸드 샬츠 양은 선량하고 친절하나 너무도 수다스럽다. 그녀는 참으로 잠자코 있지 못한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가리지 않고 가능한한 온갖 것에 대해 수다 떠는 것이 자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가 선량함에도 그녀를 경멸한다.

 

전혜린 산문

 

 

 

 

 

 

 

 

 

 

 

<고양이의 자살>, 무라카미 하루키

 

 

 

 

 

 

 

 

 

 

배고픈 밤과 거리의 열병은 수시로 나를 찾아왔다. 언제나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걱정이었다. 살아 있으므로 삶이 고통이었다. 내 까칠한 혓바닥은 달콤한 추억보다 캄캄한 밤을 핥는 날들이 많았다. 단지 나는 위로받고 싶었다.

 

<개울에서 보낸 한 철>, 이용한

 

 

 

 

 

 

 

 

 

 

 

<고양 독립 만세>,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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