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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은 한 달의 계획은 책 속에 파묻혀 사는 것이었는데 이제서야 한 권의 책을 다 읽었다.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만큼 느리고 산만하게 읽어냈다. 2014년 4월 무렵에 <호민론>을 다시 읽다가 너무도 통쾌하고 멋있어서 허균에 대한 관심이 깊어가던 참에 이 책을 읽게됐다. 레포트를 허균에 대해서 쓰기도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레포트에서 요약해 넣었던 그의 일생에 대한 부분은 너무 소박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한시는 한문으로 읽어야 그 참맛을 알 수 있을거라는 내 생각에 따르면 나는 그의 한시와 문장에 대해서 겨우 백분의 일만을 읽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와중에도 감명깊게 읽었다. 서간을 읽으면 더욱 절절했다. 자신의 상황을 담고 있는 말들과 안부를 묻는 말들이,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서얼들과 친하게 지내며 그들을 아껴주며 쓴 글들이 정말 눈물겹게 와닿았다.특히 이재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애틋하게 생각했는데 그를 생각하며 지은 시와 그에게 보내는 서간이 그것을 말해준다.
…
시의 싸움터에서 칼날을 겨룬다면
나는 그대 편에 서겠네.
비웃는 자가 나라에 가득해도
그 실상을 속일 순 없지.
작은 고을에서 생계 걱정 고달팠고
위태로운 벼슬길 근심과 한탄으로 배불렀네.
나와 같은 병을 앓는 고단한 나그네
하늘 끝에서 우리 인생 저물어가네.
《전오자시(前五子詩)》 제 5수에서 추린 부분으로
이 책에서는 '고단한 나그네 이재영'이라는 제목을 달아두었다.
…
사공이 일어나 노를 저으니
순식간에 벌써 강을 건너네.
고개 돌려 오래된 장성 바라보니
어둔 기운 담장에 잠겼어라.
해는 떨어져 변방은 캄캄하고
밤 깊어 나그네는 배가 고프네.
그래도 아름다운 고향의 달이
만리 먼 길 내 뒤를 따라왔구나.
《정유조천록(丁酉朝天錄)》중, 〈도강작(渡江作)>
이 한시는 마지막 구 猶憐故鄕月, 萬里來相隨라는 부분이 좋아서
공책에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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