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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광주극장이라는 데를 가보고 처음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극장 대형 스크린으로 봤다.
예전에 한 번 '북촌방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는데 이게 너무 지루하고 찌질한데다가 생각해보니 이상하게도 흑백화면이었다.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구나 생각을 하고 다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볼 엄두를 못 내다가 왠지 모르게 이 영화는 보고싶더라니
재미있었다.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하는 선희가 자기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영화? 그것도 모두 남자들에게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어쩌면 유학을 간다고 추천서를 써달라는 선희의 부탁은 사실 유학이고 뭐고 그냥 추천서에 예쁘게 포장 될 자신의 모습을 보고싶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요만치 들었다. 영화의 2/3을 차지하는 치킨에 맥주에 오징어에 소주를 마시는 장면은 내가 예전에 알바하면서 봤던 장면들이랑 너무도 닮아있어서 웃겼다. 특히나 술에 취해서 담배를 물고 어쩌다 선희의 손을 잡게되는 재학의 모습은 어찌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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