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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자마자

새 시작의 가을을 앞두고

daisy loves her 2018. 8. 21. 22:05



작년 여름에 시작한 공부가 올 여름에 끝났다. 내가 노력한 만큼, 딱 그만큼의 운이 따라주었다.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도는 시간 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을 해보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에 남는 하루가 없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무거운 머리를 힘들게 가눠가며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나를 위해서 아침 밥은 꼭 두둑하게 먹다가

퉁퉁 부은 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엘 갔다. 


실수로 늦잠이라도 자면 양치를 하는 내내 거울 보며 욕을 하기도 하고, 

일주일의 끝이 보일 때는 새벽까지 억지로 버텨가며 여가를 즐기려고도 했다.

그러다 가을이 왔던 것 같다. 높은 행복의 가을. 나에게 가을은 봄보다 화사하다. 


단풍잎이 만발한 공원에 자주 산책을 나갔다. 공원 옆으로 트인 길을 웬만한 사람들은 모른다. 

나도 몇 분이라도 빨리 도서관에 가자고 지름길을 찾다가 발견한 비밀의 숲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홀로 정한 쉬는 시간이 되면 산책 겸, 나를 달랠 겸 그 비밀의 숲으로 산책을 자주 나갔다. 


때마침 발표된 아이유의 <꽃갈피 둘>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며 가을 바람을 맞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왔다. 

가을이 떠난 공원은 벚꽃으로 만발했었는데 그 벚꽃을 바라보던 내 기분을 기억해낼 수가 없다.


9월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게되면 제대로 된 단장도 하지 않은 채 

가을을 갑작스레 맞아야 할 것만 같아 속이 울렁거린다. 

오는 가을부터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의 연속일 것이라 그런가 요즘은 보통 때보다 더 하다.

그래도 말이지 '새 시작'의 계절이 가을이라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