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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자마자

못돼 쳐먹은 반성문

daisy loves her 2018. 11. 18. 14:20






이를 닦다가 갑자기

내가 너무 무서워졌다


나의 위선적인 뒷얼굴이 

맨얼굴을 타고 올라온다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좋아하는 척을 잘하는

눈가의 주름살


매일같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서도

착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버리는

얄팍한 귓바퀴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니 신호등을 건너는 외국인이 있네

우리나라처럼 지독한 인종차별이 판치는 곳에서

저 사람은 오늘 얼마나 고된 하루를 보냈을까 동정을 한다

마치 나는 인종을 초월한 박애주의자인 양


TV를 보니 싱글대디가 세상의 편견 속에서 힘들었던 지난 날을 풀어놓네

세상 사람들 참 못됐네 저렇게 선한 사람을 

색안경 끼고 바라볼 것이 뭐람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면서도 나는 저 사람은 무슨 이유로 이혼을 했을까 궁금해한다 참 못됐다


반성한답시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내가 다행스럽게 여긴다

여간 못돼 쳐먹은 게 아니다


201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