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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꾸역꾸역 참을 때 꺼내드는 게 일기장인데
그 일기장이 오늘은 내 책상 위에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놓여져 있었다
놀란 마음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다 후끈 더워져야 정상인 건데
아빠가 봤을까 엄마가 봤을까 누가 봤을까 잠깐 궁금해져야 정상인 건데
오늘은 그 궁금함을 떠올리는 것마저 피곤해져버려서
서랍 속으로 도로 넣어버리고 나는 누워버렸다
일기에 적힌 문장 하나하나에 내 표정들이 다 보인다
거의 모든 문장의 끝은 울상에 죽상에 밉상으로 점철되어 나조차도 다시 꺼내보기 흉할 지경이어서
일기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내 벌거벗은 민낯을 들켜버린다는 건데
요즘 같은 날들에는 차라리 그 몹쓸 민낯을 손에 쥐여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발 읽어주라고 사정하고 싶기도 하다
울고 난 얼굴을 비추는 것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애타게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부쩍, 자주
언제는 학교에서 잠깐 울다가 꾸역 꾸역 삼켜먹고 집으로 돌아간 날이 있었다
혹시나 알아챌까 집에 들어가기 전 문 앞에서 심장이 떨어질 정도로 심호흡을 하고 문을 무겁게 열었던 날이 있었다
그날따라 웬일로 엄마는 문 앞에서 날 맞아주었는데 그때 딱 들키고 말았다 그 얼굴을
어디서 그렇게 울고 왔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삼켜냈던 울음을 그 자리에서 쏟아냈던 날이 있었다
오늘 책상 위에 올려진 내 작은 일기장을 보고 난 이때가 생각이 난 것이다
일기장을 넘기고 넘기다 보니 입꼬리가 찢어지게 웃고 있는 내 얼굴도 보인다
'요즘의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 꽃처럼 매일 아침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가끔 비가 오는 날마저도 꽃에 물을 주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일 더 크고 예쁘게, 아주 활짝 피어나라고'로 시작된 일기가
'한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끝나는데
이런 건 고스란히 내 목소리로 읊어줬어도 참 근사했을 텐데 싶은 건 결국 나중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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